Elliot Erwitt


어윗은 그의 이름처럼 '어..윗트' 넘치는 스냅사진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작가다.

웹으로 접해오던 단편적인 그의 사진들을 넘어 정식으로 그를 만난 것은 사진집 'Museum watching'을 통해서였다.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예술품과 관람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극 같은 순간을 어윗 특유의 재치와 유쾌함으로 포착한 멋진 작품집이었다.


‌SPAIN. Madrid. 1995. Prado Museum



단번에 거장의 표지 사진만으로도 그의 사진에 매료돼 버린 나는 곧장 그의 대표작 'SNAPS'를 구입하였다.

벽돌만큼 두툼하고 묵직한 스냅스. 직접 두 손으로 받쳐든 나는 흥분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첫사랑 같던 흥분은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한 장씩 아껴가며 넘기던 초반과 달리 페이지를 거듭할 수록 그의 유머는 식상하고 이미지는 피상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절반도 채 넘기지 못한 채 스냅스는 책장 한 구석 작지 않은 공간만 차지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Macau


그곳은 스냅의 천국이었다.

포르투갈 전통의 깔사다 무늬가 새겨진 거리 위로 넘쳐나는 동양인들.

좁은 골목을 헤매다가도 문득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는 초호화 카지노와 호텔들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지는 다차원적인 도시는 카메라의 와인딩 레버를 잠시도 내버려두지 않았다.

걷고 또 걸었던 것 같다. 원하는 장면을 위해 하릴없이 기다리고 때론 종종 걸음으로 거의 달리다시피 하면서 열심으로 스냅을 찍었다.



몇일 간의 마카오 스냅들을 라이트룸 루페 뷰로 띄웠다.

대충 골라보니 50장인데, 한결같이 외로운 사진들 일색이다. 어윗의 발랄한 사진이 가슴 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는 것이다.


어디로 흐르는지도 모른 채 표류하는 사람들.


모니터에 떠 있는 흑백의 이미지들은 자아의 파편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사진을 찍는 행위란 결국 렌즈는 외부로 향해있으나 철저히 나 자신을 바라보는 작업임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멀리 떠나면 떠날수록, 군중 속으로 섞이면 섞일수록, 목마름에 바닷물을 들이킨 듯 외로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하지만, 나는 소망한다.

내 사진에 깔린 어둠이 고여 썩어가는 웅덩이가 아닌 인생사 찌꺼기를 걸러 건전한 순환의 시작이 되는 샘물 같은 시간이 되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