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PORTRA 400
어디든 한 해 한 번으로 족했던 가족여행이었다.
그런데 올해 아이가 10살이 되면서 아내와 나는 여행욕심을 좀 부렸다.
여름 한 철에만 마카오와 일본을 연이어 가기로했던 것.
2주를 사이에 두고 떠나는 두 번의 여행이지만,
단촐한 여행용 숄더백엔 필름카메라와 노출계 그리고 흑백필름 10롤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떠나기 몇일 전, 컬러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가 여행가서 이것도 한번 써보라며 내 손에 포트라 400을 쥐어준다.
KODAK PORTRA400 COLOR FILM
나도 컬러가 처음은 아니었다.
호기심에 코닥 엑타100이나 컬러플러스, 후지 수퍼리아 200 정도는 한 두롤 써보았다.
하지만 포트라는 처음이었다.
귀동냥에 인물 피부톤 표현에 있어 포트라만한 필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혼자 추측에 ‘포트레이트_portrait’ 전용으로 개발된 필름이라 이름을 ‘포트라_portra’로 지었나보다 했다.
그랬다.
비싼데다 인물사진에 특화된 필름이라는 생각에 그렇잖아도 흑백을 좋아하고
거리스냅을 즐기는 나와는 인연이 멀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어진 컬러필름으로 뭘 찍어야 하나?
더군다나 인물톤 표현이 좋다는 포트라인데 아무렇게나 스냅을 찍기엔 한 몸값하는 이 녀석에게 실례일 것만 같다.
어차피 가족여행이니 아내와 아이를 모델삼아 찍을까도 생각해보지만 그간 축적된 경험상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에라 모르겠다.
고민은 현장에서 하기로 하고 머리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생각을 접었다.
1. 마카오 콜로안빌리지
환락과 타락의 도시 소돔의 현대판 코타이스트립을 남쪽으로 조금 벗어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문닫지 오래된 포르투갈 테마파크 같은 마을인 콜로안빌리지가 있다.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가짜목걸이를 건네받는 장면이 촬영된 성 자비에 성당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비에 성당과 더불어 콜로안도서관 그리고 로드스토우즈의 달콤한 에그타르트까지 매혹적인 Pale yellow가 인상적인 마을이었으므로
나는 큰 고민없이 카메라 하판을 열고 친구의 선물을 조심스럽게 로딩했다.
2. 일본 돗토리현
빛 바랜 노랑의 도시 마카오와 달리 컬러를 떠올려봤자 온통 회색 시멘트와 노인들의 흰머리만 생각나는 일본은 내게 한층 더 어려운 숙제였다.
내 돈내고 산 필름이야 연습삼아 찍고 구석에 던져두면 그만이지만
선물받은 것인만큼 이왕이면 좋은 사진으로 고마움을 답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나기가 ON/OFF를 반복하는 장마철 돗토리에도 불구하고,
예보상 날씨가 좋을 것 같은 날 아침 친구의 두번째 포트라를 경건(?)한 마음으로 넣은 후 와인딩 레버를 힘차게 감았다.
"KODAK PORTRA"
1998년 처음 소개된 포트라 필름은 현재 Portra160, 400, 800 세 종류만 판매되고 있으며,
Portra 100T(텅스텐), Portra B&W 그리고 NC 및 VC는 단종되었다.
다양한 조명 조건에서도 최고의 피부 색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하며,
아름다운 색 재현력과 미세한 입자의 주광용 컬러 네거티브라고 함.